작가 노상희는 충남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점차 드로잉과 회화를 넘어서는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특히 다양한 매체들의 융합을 탐구하면서 설치미술과 디지털 아트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오늘날에는 본격적인 설치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품이 물성을 잃은 비물질 세계를 추구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그의 작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며, 사회 속에서 작가 자신과 우리의 위치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노상희가 바라보는 오늘날의 세계는 어느새 강고하게 구조화된 온갖 제약에 노출되어 있는 공간이다. 그 제약은 너무나 미세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 오염일 수도 있고, 여성이 밤늦게 혼자 귀가할 때 겪는 불안감일 수도 있다. 특히 후자의 감정은 노상희 자신과 같은 남성에게는 대개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다가오는 경험이다. 그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고 손으로 만질 수 없는 것, 그렇지만 우리의 몸과 내면에서는 지극히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우리를 짓누르는 이러한 구조들을 해독하여 다시 감각할 수 있는 형태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물질세계가 입자와 원자, 먼지로 이루어진다면, 비물질 세계는 픽셀과 코드로 구성된다. 끊임없이 정보가 흐르고 모든 것이 비물질화되어 가는 오늘날, 우리의 내면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힘을 표현하는 데 디지털 아트가 가장 적합한 매체 중 하나가 된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노상희의 팔레트는 데이터, 프랙털, 진동, 이진법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 그는 이러한 요소들을 빛과 소리의 유희로 구현하는데, 특히 물이라는 요소에도 큰 중요성을 부여한다. 물은 이미지를 투사하는 표면이 되는 동시에, 진동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살아 있는 파형 기록 장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대기를 가득 채운 미세먼지의 측정 수치나, 트라우마 경험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심전도 기록 같은 데이터들을 관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간과 감각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또한 이러한 설치 작업에 회화와 드로잉 작품을 함께 결합하기도 하는데, 이는 마치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지금 이 순간 내재하는 무언가를 잠시나마 붙잡아 두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을 겉으로 드러나는 개념의 차가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의 작업은 말 그대로 감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초감각적 예술이다. GartGi는 노상희의 이러한 작품들을 독점적으로 선보이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여기에는 2017년 전시 〈마이크로 더스트(Micro Dust)〉에서 선보인 연작뿐만 아니라, GartGi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수채화도 여러 점 포함된다.